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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이 달의 책과 커피,
UNFORGETTABLE TASTE
잊지 못할 커피 경험


어느덧 4월, 봄입니다. 하지만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봄이 왔으나 봄 같지가 않네요. 작년 12월 이후 여전히 어지럽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다 사건 사고들이 계속 발생해서 그럴까요?
그럼에도 ‘봄’입니다. 개나리부터 진달래, 목련 등 봄 꽃들이 앞다퉈 피었고 더 많은 꽃들이 피어날 겁니다. 겨우내 칙칙했던 거리도 한결 화사해지겠지요.




안녕하세요? 저는 매달 여러분께 이달의 커피와 그에 어울리는 책을 추천하는 최인아책방 대표, 최인아입니다. 책과 커피의 페어링인데요, 이달의 커피와 책도 기대해 주세요!
꽃피는 봄을 기다리신 분이라면 4월엔 이 커피를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오리지널 에티오피아와 버츄오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는 뜨거운 태양을 담뿍 받으며 건조되는 커피인데 더운 지방의 새콤달콤한 향과 오렌지꽃의 산뜻한 향이 어우러져서 따뜻하고 매력적인 아로마를 선사합니다. 4월의 꽃향기를 아주 잘 즐길 수 있는 커피죠. 이쯤 해서 꽃향 가득한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저를 상상해 봅니다.
제 앞엔 어떤 책이 놓여 있을까요?
에마 미첼의 『야생의 위로』!
네, 에티오피아 커피와 함께 읽으실 4월의 책으로 『야생의 위로』를 추천합니다.
오리지널 에티오피아 | 버츄오 에티오피아
에마 미첼의 『야생의 위로』


이 책은 표지부터 다정하게 말을 겁니다. 알록달록한 열매와 이파리들의 그림과 사진이 어우러진 예쁜 디자인인데 수많은 책들 가운데서도 단연 눈에 띌 뿐 아니라 얼른 책이 읽고 싶어집니다. 현대인들은 건조한 디지털 세상에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럴수록 몸과 마음은 풀이나 꽃 같은 것들, 자연에 목말라하는 것 같습니다.
하늘이 몹시 높고 깨끗한 날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세요. 하늘 사진으로 도배가 돼 있을 겁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자연으로부터 굉장히 멀어져 버렸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연의 아들 딸이니, 몸은 계속 자연에 끌리는 게 아닐까, 그런데 자연이 부족하니 오히려 더 자연을 원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의 저자 에마 미첼은 영국의 박물학자입니다. 동물과 식물, 광물을 연구해요. 또한 디자이너이자 창작자, 일러스트레이터이며 글도 씁니다. 그런데 그녀는 책의 머리말을 뜻밖의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자신은 25년 내내 우울증 환자였다고요. 아이고… 그래서, 저자가 하려는 말이 뭘까요? 그게 바로 책 제목입니다. 『야생의 위로』
다시 한번 책 제목을 확인합니다. 『야생의 위로』. 제목이 참 강렬합니다. ‘자연’도 아니고 ‘야생’이에요. 원제목을 찾아보니 ‘The Wild Remedy’입니다. 그러니까 번역 과정에서 임의로 제목을 바꾼 게 아니라 저자의 원래 메시지가 ‘야생’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야생’이라고 하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깊고 거친 숲이나 문명과 거리가 먼 동물의 왕국이 떠오르지 않으세요? 저자의 얘기는 그런 게 아닙니다. 집 주변의 산책 길에서 만난 동물과 식물들 얘기예요. 작디작은 곤충과 화려하지 않은 꽃, 새, 숲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그 존재들을 일러 야생이라 말한 것이고 에마 미첼 자신은 그들 곁에서 치유됐다는 거예요.
그럼에도 책 곳곳에 담긴 섬세한 일러스트나 사진은 거친 야생의 느낌이 아니어서 저자가 굳이 ‘야생’이라 말한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아, 알 것 같습니다. 그녀가 말한 ‘야생’이란 곧 생명력이었어요! 스스로 생존할 뿐 아니라 다른 존재마저 살리는! 저자를 괴롭힌 우울증 같은 질병뿐 아니라 이런 저런 문제로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이 생명력, 야생 아니겠어요?


그런데 야생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들 가까이 있었어요. 에마 미첼은 ‘검은 개’가 덮쳐 올 때마다 집 뒤 정원이나 숲 등 야생으로 나갔습니다. 윈스턴 처칠도 평생 우울증으로 고생했는데 자신의 우울증을 ‘검은 개’라고 불렀습니다. 우울증의 어둡고 무거운 느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인데 그 후 우울증을 은유하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팔 다리를 들 힘도 없이 늘어지려 할 때마다 그녀는 오두막집 뒤 숲을 거닐었습니다. 곧 바스러질 듯 힘든 몸을 일으켜 집 밖으로 나가 숲에 들면 그 곳엔 생명이 있었어요! 땅에도 하늘에도 나무 가지에도 생명이 가득했고, 그런 작은 식물들과 새들을 찬찬히 바라보고 들여다보며 또 감탄하며 걷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어두운 생각과 느낌은 옆으로 비켜났고 어느새 에너지가 차오르곤 했습니다. 어떤 의약품보다 효과적이었죠.
그렇게 존재만으로도 그녀의 마음을 다시 설레게 하고 에너지를 선사한 작은 곤충과 식물들이 준 감동을 그녀는 그림으로 그렸는데 그렇게 집중하며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또 다른 치유의 시간이 되었죠.


영국의 긴 겨울이 드디어 끝나고 봄이 되었을 때 그녀는 가족들과 함께 근처 숲으로 갔고 거기서 에너지를 잔뜩 충전한 후 이런 글을 남깁니다.
“언덕 뒤에 내가 보러 온 식물이 있다. 절정에 이른 블루벨들이다. 줄기 아래쪽은 꽃송이가 만개하여 꽃잎 하나하나가 바깥으로 젖혀졌고 위쪽은 꽃봉오리가 벌어지기 직전이다. 깊고 진하며 선명한 푸른빛이 꽃과 함께 흔들리며 울려 퍼지는 듯하다. 블루벨 사이에 허브베니트, 숲바람꽃, 땅감자 줄기로 뒤덮인 땅뙈기가 있다. 나는 그곳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블루벨을 바라본다. 햇살과 풍요로운 꽃들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뇌세포에 이른다. 최고로 맛있는 초콜릿 케이크나 집에서 만든 짭짤한 감자칩을 먹을 때 같은 강렬한 만족감이 퍼져 나간다. 마치 내 마음이 이 광경을 먹어 치우고 거기서 양분을 취하는 것 같다.”
“꽃들 사이에 드러누워서 한잠 자고 싶어진다. 편안히 시간을 흘려보낸다. 이것이 산림욕이구나. 나는 주위의 풍경에 완전히 스며든다. 낙엽의 곰팡이 냄새와 블루벨의 은은한 향기가 느껴진다. 햇살이 목덜미를 데워준다. 수풀 속의 소형 포유동물들이 분주하게 바스락대는 소리와 머리 위의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숲은 내 혈압을 낮추고 기분을 돋우며 스트레스 수치를 끌어내려 준다. 지금 이 순간이 나의 회복에 유익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내가 얼마나 오래 블루벨 속에 머물렀는지 모르겠지만, 마침내 집으로 가려고 일어났을 때도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저자는 꽃뿐 아니라 이파리, 나무, 곤충, 새 이야기도 많이 썼지만 저는 꽃에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봄은 꽃이니까요! 그런데 『야생의 위로』를 읽고 나니 ‘꽃이 참 아름답구나, 너무 빨리 져서 아쉽다’로 끝나지 않고 꽃이 주는 위로에 새삼 마음이 가 닿네요. 나태주 시인의 시구절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가 봅니다. 위로와 치유를 위해서도 시간을 들여야 하는 거였어요! 저희 집 식탁에도 노란 프리지아가 놓여 있는데 오늘은 프리지아 향기를 길게 맡아보고 싶습니다.
앞에서도 썼듯 세상이 아무리 디지털 중심이 되고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우리는 몸을 가진 존재이며 생명이며 자연의 일부입니다! 이제 날씨도 좋아지니 운동화를 신고 햇살 아래, 자연 가까이 가 보시죠. 꽃망울을 터트리려는 꽃 나무에도 눈길을 주시고 포르르 날아다니는 새들도 바라봐 주세요. 그러는 사이 그 작은 것들이 안겨주는 ‘야생의 위로’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네스프레소 에티오피아 커피와 함께 이 달의 책 『야생의 위로』를 찬찬히 읽어 보시죠! 저는 다음 달에도 맛있는 커피와 좋은 책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네스프레소 4월의 커피
오리지널 에티오피아 | 버츄오 에티오피아
같은 특성의 커피라도 오리지널과 버츄오 커피는 좀 다릅니다. 간단하게 설명드리면, 오리지널은 고압 추출 방식으로 추출하는 클래식 에스프레소 커피를 말합니다. 기호에 따라 물이나 우유를 추가해서 원하시는 레시피로 만들어 드실 수 있습니다. 버츄오는 회전 추출 방식이라 크레마가 풍부하고 바디감이 한결 깊습니다.


에티오피아


최상급 에티오피아산 아라비카 커피 체리를 뜨거운 태양 아래서 최대 4주간 건조하는 건식가공법으로 만듭니다. 모든 커피가 고르게 건조되도록 성실한 농부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커피를 돌려주죠.
그렇게 하는 사이 커피 한층 한층 과일 향과 오렌지 꽃향이 충분히 스며들어 놀랍도록 풍부하고 따뜻한 아로마를 품은 커피로 태어납니다. 이 봄이 가기 전에 커피 러버들은 꽃향 가득한 에티오피아를 꼭 즐겨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