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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FORGETTABLE TASTE
커피와 책의 만남, 잊지 못할 커피 경험


아직 6월인데 몹시 덥네요.
오늘은 볕이 너무 뜨거워 마치 한여름 같이 느껴집니다.
보양식이라도 하면서 건강 관리 잘 해야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 달에 한 번 네스프레소 고객 여러분께 이달의 커피와 그에 어울리는 책을 추천하는 최인아책방 대표 최인아입니다.
‘책과 커피의 페어링’인데요,
이달의 커피는 ‘버츄오 더블 에스프레소 스쿠로’입니다.
이 커피와 함께 읽으실 책은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입니다.
네스프레소 버츄오 더블 에스프레소 스쿠로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
버츄오 더블 에스프레소 스쿠로는 아주 강도가 센 커피인데 얼음이나 물, 우유를 더하면 또 다른 맛으로 다양하게 즐기기 좋은 커피입니다. 부드러운 변화가 일어나는 거죠.
우리 인간들도 그렇지 않나요?
이런저런 이유로 긴장돼 있고 날이 서 있었으나 어떤 계기로 인해 이전과 달라지는…
바로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아름다운 소설이 있습니다.
6월의 커피, 스쿠로와 함께 읽으시면 좋으실 책으로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를 추천합니다.
이 책은 사실 한 시간이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짧은 소설이고 줄거리도 아주 단순합니다. 그런데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읽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긴 독서가 될 수도 있는 묘한 소설입니다. 한번 읽고 말 책이 아닌 것 같은….


우선 작가부터 살펴볼까요? 클레어 키건은 아일랜드 태생의 작가입니다. 24년 동안 단 4권의 책을 냈는데 4권 모두가 큰 찬사를 받았습니다. 특히 가디언지는 키건의 작품을 가리켜 모든 작품이 얇고 예리하고 우수하다며 “탄광 속의 다이아몬드처럼 희귀하고 진귀하다”라고 평했습니다.
아일랜드에서는 일찍부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는데 바깥세상에 알려진 건 비교적 최근입니다. 2021년부터 미국 독자 대중들이 그를 찾기 시작했고 한국엔 작년에 처음 그의 책이 소개됐습니다. 작년 봄 ‘맡겨진 소녀’가 먼저, 그다음에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나왔습니다.
저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먼저 읽고 ‘맡겨진 소녀’를 나중에 읽었는데 가슴이 벅차오르더니 곧 아득해졌습니다. 방금 굉장히 좋은 소설을 읽은 것 같은데 그걸 묘사할 말을 못 찾겠다는 느낌이랄까요... 클레어 키건의 책 가운데 저는 ‘맡겨진 소녀’를 6월의 책으로 골랐는데 여러분도 어서 이 얇고 신비로운 책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6월의 책 ‘맡겨진 소녀’의 주인공은 어린 소녀입니다. 그녀는 가난한 집의 딸이에요. 게다가 별로 사랑해주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랍니다. 외로운 시간을 보내죠.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먼 친척 집에 맡겨집니다. 거기서 우리의 어린 주인공은 새로운 세상과 만나게 되는데 어린 소녀에게 새로운 세상이란 뭘까요? 그건 바로 새로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난한 집의 소녀가 친척 집에 맡겨지면 그 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압니다. 냉대받고 학대받고.. 뭐 이런 스토리로 이어지죠. 그런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녀를 맡은 친척 부부는 어린 소녀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그걸 작가는 이런 문장으로 씁니다.
“사랑과 다정함조차 아플 때가 있다, 태어나 그것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에게는."


소녀는 집에서는 전혀 받아보지 못한 ‘대접’을 받습니다. 대접이라는 게 고급 옷과 비싼 음식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친척 어른들은 그녀를 완벽하게 다르게 대했습니다. 그걸 작가는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마당을 비추는 커다란 달이 진입로를 지나 저 멀리 거리까지 우리가 갈 길을 분필처럼 표시해 준다. 킨셀라 아저씨가 내 손을 잡는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둔다. 아저씨는 내가 발을 맞춰 걸을 수 있도록 보폭을 줄인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딱 하나밖에 없고, 내 발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다. 아저씨는 나를 보자마자 딱 멈추더니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나는 망설임 없이 아저씨를 향해 계속 달려가고, 그 앞에 도착하자 대문이 활짝 열리고 아저씨의 품에 부딪친다. 아저씨가 팔로 나를 안아 든다. 아저씨는 한참 동안 나를 꼭 끌어안는다."


그러니까 그건 다정함이고 존중이고 사랑이었는데 소녀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어린 소녀가 마치 육십 년은 산 어른처럼 이 사소한, 그러나 중요한 것들을 다 알아차린다는 겁니다. 그런 소녀가 수다스러울 것 같지는 않죠? 그래서 작가는 구구절절 말하지 않고 행간을 비워 둡니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걸 전달하는 방식을 택한 거죠. 그럼에도 소설 맡겨진 소녀에는 함께 음미하고 싶은 문장이 많은데 다음의 구절도 나누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운 단어 때문에 쩔쩔맸지만 킨셀라 아저씨가 단어를 하나하나 손톱으로 짚으면서 내가 짐작해서 맞추거나 비슷하게 밎출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었다. 이윽고 나는 짐작으로 맞출 필요가 없어질 때까지 그런 식으로 계속 읽어나갔다. 자전거를 배우는 것과 같았다. 출발하는 것이 느껴지고, 전에는 갈 수 없었던 곳들까지 자유롭게 가게 되었다가, 나중엔 정말 쉬워진 것처럼."
어떤가요? 처음으로 어른들로부터 다정함과 존중, 사랑을 받은 소녀가 한계 속에 웅크려있던 몸을 펴고 드디어 자유로이 존재를 드러내고 자라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나요?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면 존중과 사랑은 사람을 바닥에서 꺼내 새로운 출발선에 세우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주 간결하고 단순한 이야기 속에 정말로 중요한 걸 문장마다 품고 있는 소설입니다. 좋은 문장을 읽고 싶을 때, 지금도 좋지만 다른 이야기와 만나 다른 존재가 되는 걸 꿈꾸고 싶을 때 ‘맡겨진 소녀’를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한 만남이 인간을 어떻게 다르게 만드는지, 어린 소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세요~


마침 6월엔 네스프레소에서 여름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 네스프레소 커피는 따뜻하게 마셔도 좋지만 아이스로 마시면 더 맛있을 때가 많잖아요? 올여름은 네스프레소 인생 아이스 커피 와 함께 여름의 행복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다음 달에도 좋은 책과 커피로 돌아오겠습니다. 버츄오 더블 에스프레소 스쿠로, 그리고 맡겨진 소녀와 함께 초여름을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네스프레소 이 달의 커피, 버츄오 더블 에스프레소 스쿠로


6월의 커피, 스쿠로는 스모키 한 풍미와 강한 로스팅향을 가진 더블 에스프레소 커피입니다. 강하게 다크 로스팅 한 코스타리카 산 아라비카와 과테말라 산 로부스타를 균형 있게 블렌드 해서 진한 다크 코코아와 섬세한 바닐라향, 스모키 한 풍미를 다 갖고 있는 커피입니다.
스쿠로는 그대로 마셔도 좋지만 우유를 더해 더블 샷 카푸치노, 또는 더블 에스프레소 라테로 즐기시면 달콤한 코코아와 바닐라 향이 풍부하게 피어올라서 차원이 다른 커피를 즐기실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