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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FORGETTABLE TASTE
커피와 책의 만남, 잊지 못할 커피 경험


엊그제 동네를 걷는데 공기가 한결 훈훈해진 게 느껴지더군요.
네, 봄기운이 아슴프레하게 섞여 있는 것 같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어머나! 벌써 3월입니다.
물론 꽃샘추위가 또 몇 차례 우리를 긴장시키겠지만,
봄으로 가는 큰 흐름까지 막지는 못하잖아요?
올봄엔 미세먼지가 잦아들기를 바라며 산책을 좀 더 자주해야지, 생각해 봅니다.




참, 저는 한 달에 한 번 네스프레소 고객 여러분께
이달의 커피와 그에 어울리는 책을 추천하는
최인아책방 대표 최인아입니다.
‘책과 커피의 페어링’인데요,
이달에 커피는 알티시오 디카페나토이고,
이 커피와 함께 읽으실 책은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입니다.
네스프레소 버츄오 알티시오 디카페나토
정호승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시를 어려워하는 분들이 적잖이 계십니다.
시는 산문과 달리 은유와 상징, 생략이 많아 뜻이 쉽게 짐작되지 않는 측면이 있죠. 그렇지만 서정시는 느끼고 공감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 많은 분들이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여러분은 서정시, 하면 어느 시인이 떠오르세요?
저는 이 분, 정호승 시인이 제일 먼저 생각납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등 당장 생각나는 시 구절만 해도 여럿입니다.
이런 정호승 시인이 얼마 전 산문집을 출간했습니다.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인데요, 시인이 직접 당신의 시 68편을 고르고 그 시가 태어나기까지 시인에게 어떤 시심이 있었는지를 쓴 산문집입니다.
시인의 대표 시와 산문을 모두 만날 수 있어 좋은데 저는 이 아름다운 산문집을 왜 이 달의 커피 ‘알티시오 디카페나토’를 마시며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까요?
여러분,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라는 산문집의 제목을 다시 살펴 주세요.
네, 저는 ‘고통’에 주목했습니다.


본격적인 책 이야기에 앞서 이달의 커피에 대해 먼저 말씀드릴게요.
알티시오 디카페나토는 이름에서 짐작하시는 대로 디카페인 커피입니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커피를 즐기기 어려운 분들을 위한 커피죠. 저도 커피를 사랑하지만 언젠가부터는 가끔 디카페인으로 마시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영어에서 전치사 ‘de’는 부정을 뜻할 때가 많습니다. 무엇이 아니라거나 무엇이 없다는 뜻이죠.
그런데 무엇이 없다는 것은 ‘결핍’을 뜻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결핍이 단지 뭔가가 없고 부족한 상태가 아니라, 그 결핍을 에너지 삼아 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데 생각이 닿았습니다.
바로 정호승 시인이 이번 산문집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에서 줄곧 하신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인기 있는 배우들의 출연료는 어마어마합니다. 제작비의 상당한 비용이 배우들의 캐스팅에 들어가죠. 주연이 누구냐에 따라 시청률이 달라질 만큼 배우의 영향력이 매우 크니까요.
그런데 수년 전부터 새로운 흐름이 포착되고 있어요. 대중 앞에 직접 얼굴을 드러내는 배우 외에 ‘안쪽’에서 일하는 분들, 즉, 대중과 직접적인 접점을 갖지 않는 분들, 이를테면 연출, 작가, 음악감독, 미술감독 같은 분들에게도 사람들의 관심이 향하고 있어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제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과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안쪽의 과정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진 것인데요.
저는 정호승 시인의 이번 산문집도 이런 관점에서 읽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시를 쓴 당사자인 시인이 직접 펜을 들어, 그 시가 태어난 자리, 그 절창이 태어나기까지 안쪽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겁니다.
그동안 우리는 시에 대해 더 알고 싶을 때 평론가들의 해설에 의지했습니다.하지만 그분들은 시나 문학의 전문가이긴 하겠으나 시를 창조해낸 당사자는 아니어서 그들의 해설 또한 짐작이거나 간접적인 풀이에 그칠 때가 많고, 그조차도 때론 시보다 해설이 더 어렵기도 했죠.
그런데 이 책에서 시인은 그동안 세상이 사랑한 시, 그리고 시인 마음에도 제법 든 시들을 직접 고른 뒤 그 시를 낳은 시심에 대해 들려줍니다.
그런데, 야릇하게도 노시인은 주로 ‘고통’에 천착합니다.
사람들은 죄다 꽃길만 가라고 빌어주는데, 시인은 사람들이 피하고자 하는 고통을 깊게 들여다봅니다. 하긴 저도 평소, 그늘이라고는 없이 햇빛 아래에서만 살다 가는 삶이 행복일까, 마른 땅만 밟다 가면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시인은 이런 저의 생각에서 한참 더 나갑니다.
이를테면 성당에 가 아름다운 스테인글라스를 바라보며 감탄하다가 저 아름다운 스테인글라스는 온전한 유리가 아닌, 유리 조각들을 이어 붙여 만든 거라는 생각에 닿고 그 생각은 다시, 자신의 삶이 산산조각 난 까닭도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함이라는 깨달음으로 나아갑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시인은 이런 기도마저 해요.
“올해도 저를 고통의 방법으로 사랑해 주세요. 저를 사랑하시는 방법이 고통의 방법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렇지만 올해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은 허락하지 마소서.”
고통 없는 삶, 고통만큼은 되도록 ‘결핍되기’를 바라는 우리 범인(凡人)들과는 관점도, 깊이도 많이 다르죠?!


시인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언급하는 고통에 대해 시인의 생각을 읽다 보니, 이전보다 고통이 한결 만만하게 느껴지는군요. 저도 무섭고 두려워서 고통 없는 세상을 원했었지만 고통은 우리 삶을 고양하는 에너지도 품고 있음에 새로이 눈뜨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고통의 방법으로 사랑해달라는 기도까지는 아직 어렵지만, 어느 날엔가 고통이 저를 찾아올 때 무조건 피하지 않고 그것이 품고 있는 의미를 찬찬히 뜯어보며 감당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물론 저는 여러분의 행복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하지만 삶에는 신작로만 있는 게 아니라 구불구불한 험한 길도 있으니 그걸 대하는 우리들의 시선과 태도가 조금쯤 시인을 닮아도 좋지 않을까 말씀드려 봅니다. 서두에도 썼듯이 시는 산문과 달리 쉬이 짐작하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시인이 직접 그 시를 쓸 때의 심정을 들려주니 어렵게 느껴지던 시와 한결 가까워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마침 서정시가 잘 어울리는 봄입니다. 시인의 산문집도 읽어 보시고 내친김에 시인의 시집도 찾아 시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한결 따뜻해진 봄 바람 속에 산책하실 때 가만히 시 구절을 읊조려 보셔도 좋겠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대표작 중 한 편 ‘수선화’의 몇 구절을 적어 봅니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저는 다음 달에 좋은 책과 커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 때까지 ‘네스프레소 알티시오 디카페나토’를 드시며 정호승 시인의 산문, 시와 함께 아름다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네스프레소 이 달의 커피, 알티시오 디카페나토


네스프레소에서 가장 사랑받는 커피 중 하나인 알티시오 커피를 아시나요?
이번에 소개드리는 알티시오 디카페나토는 알티시오 커피에서 카페인만 제거된 커피입니다. 이 커피를 드셔 보시면 카페인의 부재가 꼭 커피 맛의 결핍을 낳는 건 아니구나, 하실 겁니다.
카페인을 제거한 코스타리카와 브라질 원두를 밸런스 있게 블렌드하였는데요. 알티시오 커피와 동일하게, 풍부하고 진한 바디감과 코코아향과 로스팅향을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질감의 에스프레소 커피입니다.
이제 커피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어느 때든 망설이지 마시고, 알티시오 디카페나토와 함께 커피의 기쁨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